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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완벽 리뷰 (스토리, 캐릭터, 상징)

by aosj098 2025. 5. 3.

영화 부산행 포스터 사진
영화 부산행 포스터 사진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좀비라는 익숙한 소재를 활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와 메시지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깊이 있게 비추고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로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사회 인식은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감염은 곧 전염이고, 전염은 곧 분열이며, 그 속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의 얼굴은 현실의 거울처럼 낯익습니다.

<부산행>은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닙니다. 기차라는 폐쇄된 공간, 도달해야 할 부산이라는 목적지, 그리고 그 안에서 점점 좁아지는 인간성의 공간. 이 영화는 그런 틀 속에서 '끝까지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스토리 구성 – 도착보다 중요한 건, 함께 가는 길이었습니다

영화는 서석우(공유 분), 한 증권회사 펀드 매니저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는 딸 수안(김수안 분)과 함께 아내가 있는 부산으로 향하는 KTX에 탑승합니다. 하지만 열차 출발과 함께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승객 중 한 명이 감염자였고, 순식간에 좀비는 열차 전체를 뒤덮기 시작합니다.

이야기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가 부산에 도착하기까지, 생존자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거나 희생합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구조 속에서 영화는 인물 간의 갈등과 선택을 촘촘히 엮어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매번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인지, 모두를 위한 것인지'를 시험합니다.

열차 안이라는 폐쇄된 공간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좀비는 빠르고, 통제할 수 없으며, 숫자는 늘어만 갑니다. 문 하나를 두고 생과 사가 나뉘며, 그 경계는 자주 무너집니다. 그 안에서 인물들은 점점 더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나는 누구를 위해 이 문을 닫고 있는가?'

스토리는 여러 번 감정의 곡선을 탑니다. 극단적인 공포 속에서 유머가 피어나고, 절망 속에서 작은 연대가 싹틉니다. 부산에 가까워질수록 남는 사람은 줄어들고, 무언가를 지키려는 마음만은 더 짙어집니다. 결국, <부산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도착하기까지의 모든 감정과 선택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캐릭터 분석 – 그 안에 있던 건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서석우는 영화의 중심인물이지만, 처음부터 '좋은 아버지'나 '영웅'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는 딸의 생일 선물조차 챙기지 못할 만큼 일에 치인 사람이고, 이기적인 선택을 먼저 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가 겪는 모든 상황은 그를 조금씩 바꿔 놓습니다. 그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지키게 되고, 결국 딸을 위해 가장 큰 희생을 선택합니다. 그의 변화는 이 영화 전체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성의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상화(마동석 분)는 관객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입니다. 그는 육체적으로 강하고, 감정 표현도 거침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가장 따뜻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임산부 아내를 지키려는 그의 행동은 본능적이면서도 이타적입니다.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지만, 그 누구보다 뒤를 돌아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운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용석(김의성 분)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입니다. 그는 공포 상황 속에서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반복합니다. 문을 닫고, 사람을 밀어내며, 자신만을 보호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현실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존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라면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그리고 수안. 이 어린 소녀는 영화 내내 가장 진심 어린 감정을 보여줍니다. 아빠에게 섭섭함을 말하고, 상화 부부에게 미소를 보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한 줄로, 모든 감정을 송두리째 흔듭니다. 그녀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면서 동시에, 인간성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상징과 메시지 – 좀비보다 두려운 건, 닫힌 마음이었습니다

<부산행>은 좀비 영화지만, 좀비는 상징에 가깝습니다. 감염은 통제되지 않는 분노이고, 질병은 사회 시스템의 균열입니다. 빠르게 번지는 좀비의 움직임은, 누군가가 말하길 꺼리는 진실이 퍼지는 속도와도 닮아 있습니다.

열차는 폐쇄된 사회입니다. 통신은 끊기고, 외부는 신뢰할 수 없으며, 안에서는 누가 감염자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 상황은 마치 위기의 시대에 놓인 현대 사회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 안에서 각자의 선택이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진짜 공포는 좀비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입니다. 문 하나를 닫고 다른 사람을 내치는 행동,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 자신만의 안전을 위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들. 그 장면들은 좀비보다도 더 현실적으로, 더 끔찍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손을 내미는 사람, 누군가를 위해 먼저 움직이는 사람, 그리고 끝내 웃음을 지어주는 사람. 영화는 이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며, 결국 인간이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부르는 수안의 노래는 단순한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그 노래는 인간성과 감정을 동시에 증명하는 장면이었고, 이 영화의 마지막 메시지였습니다. “아직 우린 사람입니다.”

결론 – 감염보다 빨랐던 것은, 마음이었습니다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위기의 순간, 우리는 누구를 먼저 떠올릴 것인가. 손을 내밀 것인가, 밀어낼 것인가. 영화는 우리 각자에게 그 질문을 남깁니다.

기차는 달렸고, 많은 사람이 떠났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남은 건 마음이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보다, 함께해준 사람들. 희생보다도, 선택의 무게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다시 <부산행>을 본다면, 좀비보다도 사람들의 얼굴이 먼저 보일 것입니다. 닫히는 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사람, 눈물 젖은 손으로 이별을 준비하던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끝까지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그 사람들.

그게 바로 <부산행>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